영국의 경제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분기별로 국제주택가격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를 발표한다. 2009년부터 10년간 대한민국의 실질주택가격 변화 지수(2019년 1분기 기준=100)를 보면 3% 이내의 변동 폭을 나타내며 예상 밖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사 대상인 28개국의 지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한국인의 피로감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 지수가 매우 급격히 상승한 점이 관찰되었다. 호주는 조사가 시작된 1989년에 비해 현재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149% 증가(영국 87%, 미국 35%)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키운 주택가격
반면, 30년이 지난 한국은 오히려 32% 감소했다(실질주택가격지수 ; 인플레이션 비율을 반영한 실질적 주택가격 지표). 수요 및 공급 원칙을 적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주택가격 상승은 인구 증가(수요)에 비해 제한된 주택 공급으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의 폭이 감소하는 최근 트렌드와 꾸준한 주택 공급량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전 세계 주택시장 예상 평가액은 200조 달러(한화 약 20경 원)로 예상된다. 실제 인구 증가 폭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한 주택가격은 수요 및 공급 원칙을 벗어난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오렌지카운티 파산 사건은 대표적인 부동산 파생상품 버블 붕괴 사례다. 가격이 상승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증권(MBS;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한 후 다시 그 증권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만들어내는 식의 버블경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동시에 붕괴되었다. 실제 금융시장이 주도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은 버블이 사라진다 해도 다시 원래 가격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상승된 가격 언저리에서 머무른 바 있다.
결국, 부동산의 지속적 가격상승에 대한 학습은 투기 수요를 창출시켰으며, 꾸준히 상승한 주택가격으로 인해 탄생한 ‘부동산 불패 신화’는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주택을 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주택구매자가 손해를 보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파생상품의 본래 목적은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효과적인 헤지(Hedge) 수단으로서, 적절한 가격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유동적 부동산을 유동자산으로 변화시켜 다양한 투자를 가능케 만들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아래서 위로, 안정인 富의 이동
주택가격 상승의 본질적 문제는 양극화에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제주택가격지수가 변동 폭이 적은, 다분히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은 총량으로서의 주택가격이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주택가격 상승이 지방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상쇄된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부동산)시장을 통해 지방의 부(富)가 수도권으로 이전되었음을 뜻한다. <더 이코노미스트>의 국제주택가격지수에서 나타나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지수의 안정성은 주택의 가격 변화를 통해 자산의 가치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비역세권에서 역세권으로 이동하였음을 뜻한다.
이는 주택가격 양극화를 넘어 자산양극화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가계 비금융자산 비중은 75.4%(영국 58%, 미국 35%)로 자산 경직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가계부채 비중이 증가현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주택매매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부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더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서 알 수 있는 30년간의 전 세계적 주택가격지수의 상승 트렌드는 인플레이션 비율보다 주택가격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관적으로 해석하자면 물가상승으로 떨어지는 금융자산(현금, 주식, 채권 등) 가치를 비금융자산(토지, 주택 등)의 상승으로 채운 것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보도자료 따르면, 가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중 상위 1%가 전체 토지 46%를, 상위 10%가 84%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거품과 소유의 편중이 양극화의 본질임을 증명하는 내용인 것이다. 토지라는 제한된 자원의 소유가 소수에 의해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상 주택가격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이 국민의 삶을 대표하지는 못한다. ‘가격지수’라는 총량적 개념을 넘어 그 속에 내포하는 상대적 격차를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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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국제주택가격지수로 가늠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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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국제주택가격지수로 가늠하는 대한민국

영국의 경제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분기별로 국제주택가격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를 발표한다. 2009년부터 10년간 대한민국의 실질주택가격 변화 지수(2019년 1분기 기준=100)를 보면 3% 이내의 변동 폭을 나타내며 예상 밖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사 대상인 28개국의 지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한국인의 피로감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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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영국,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 지수가 매우 급격히 상승한 점이 관찰되었다. 호주는 조사가 시작된 1989년에 비해 현재의 실질주택가격지수가 149% 증가(영국 87%, 미국 35%)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키운 주택가격
반면, 30년이 지난 한국은 오히려 32% 감소했다(실질주택가격지수 ; 인플레이션 비율을 반영한 실질적 주택가격 지표). 수요 및 공급 원칙을 적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주택가격 상승은 인구 증가(수요)에 비해 제한된 주택 공급으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증가의 폭이 감소하는 최근 트렌드와 꾸준한 주택 공급량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전 세계 주택시장 예상 평가액은 200조 달러(한화 약 20경 원)로 예상된다. 실제 인구 증가 폭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한 주택가격은 수요 및 공급 원칙을 벗어난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오렌지카운티 파산 사건은 대표적인 부동산 파생상품 버블 붕괴 사례다. 가격이 상승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증권(MBS;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한 후 다시 그 증권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만들어내는 식의 버블경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동시에 붕괴되었다. 실제 금융시장이 주도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은 버블이 사라진다 해도 다시 원래 가격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상승된 가격 언저리에서 머무른 바 있다.
결국, 부동산의 지속적 가격상승에 대한 학습은 투기 수요를 창출시켰으며, 꾸준히 상승한 주택가격으로 인해 탄생한 ‘부동산 불패 신화’는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주택을 사면 손해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주택구매자가 손해를 보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부동산 파생상품의 본래 목적은 주택가격 변동에 대한 효과적인 헤지(Hedge) 수단으로서, 적절한 가격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유동적 부동산을 유동자산으로 변화시켜 다양한 투자를 가능케 만들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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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서 위로, 안정인 富의 이동
주택가격 상승의 본질적 문제는 양극화에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제주택가격지수가 변동 폭이 적은, 다분히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은 총량으로서의 주택가격이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주택가격 상승이 지방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상쇄된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부동산)시장을 통해 지방의 부(富)가 수도권으로 이전되었음을 뜻한다. <더 이코노미스트>의 국제주택가격지수에서 나타나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지수의 안정성은 주택의 가격 변화를 통해 자산의 가치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비역세권에서 역세권으로 이동하였음을 뜻한다.
이는 주택가격 양극화를 넘어 자산양극화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가계 비금융자산 비중은 75.4%(영국 58%, 미국 35%)로 자산 경직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가계부채 비중이 증가현상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주택매매 가격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부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더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서 알 수 있는 30년간의 전 세계적 주택가격지수의 상승 트렌드는 인플레이션 비율보다 주택가격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관적으로 해석하자면 물가상승으로 떨어지는 금융자산(현금, 주식, 채권 등) 가치를 비금융자산(토지, 주택 등)의 상승으로 채운 것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보도자료 따르면, 가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중 상위 1%가 전체 토지 46%를, 상위 10%가 84%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거품과 소유의 편중이 양극화의 본질임을 증명하는 내용인 것이다. 토지라는 제한된 자원의 소유가 소수에 의해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상 주택가격지수의 상승 또는 하락이 국민의 삶을 대표하지는 못한다. ‘가격지수’라는 총량적 개념을 넘어 그 속에 내포하는 상대적 격차를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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