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입니다.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고 백화가 만개하며 한반도의 봄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도 활기찬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아지랑이를 만끽하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국내 항공업계를 이끌던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8일 미국에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의 반열에 우뚝 세운 탁월한 경영자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기리는 격조 있는 부고 뉴스를 기대했건만, 조 회장의 별세 원인을 두고 우리 언론들은 ‘숙환(宿患)’과 ‘지병(持病)’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부고 소식을 전할 때 ‘숙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이고, ‘지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심신이 약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암시를 내포합니다. 단어의 뜻은 차이가 있지만 숙환이든 지병이든 지엽적인 표현에만 매몰된 채, 고인의 생전 업적이 가려지고 폄하되는 부고 기사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인쇄매체 위주의 예전 언론계에서는 유명인의 부고 기사에 그 매체의 격조와 내공을 담았습니다. 따라서 경력이 일천한 기자보다 오랫동안 고인을 지켜본 중견 기자가 생전의 행적을 곁들여 품격 있는 부고 기사를 실었고, 독자들은 고인의 긍정적인 면을 회고하며 조용히 애도했던 것이 관례였습니다. 교열과 여러 번의 인쇄공정을 거치는 동안 조금이라도 사위스러운 표현이 있으면 고치고 다듬어 독자들이 혀를 차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초고속 특종경쟁 때문에 종종 문법에서 어긋나는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배려의 문화였습니다.
낯간지러운 변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CEO들의 충실한 동반자’를 자처하는 월간 시이오앤에서나마 예전 어법으로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함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재벌가의 2세로 태어났지만 수성에 힘쓰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개척가형 경영자였습니다. 국제 항공업계가 내실을 표방하며 항로를 축소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일 때,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고 최신 기종을 도입하고 항취항노선을 늘리며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의 반열에 우뚝 세웠습니다. 또 주도적인 얼라이언스 구축을 통해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협업 및 제휴망을 만들었던 것도 미래를 내다본 혜안의 결과였습니다. 회사 경영에만 힘쓰지 않고 스포츠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재계의 리더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뜻을 이은 탁월한 경영자가 회사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더 도약의 기회로 삼아주기를 기대하며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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訃告 - 조양호 회장 별세

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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訃告 - 조양호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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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입니다.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고 백화가 만개하며 한반도의 봄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도 활기찬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아지랑이를 만끽하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국내 항공업계를 이끌던 조양호 회장이 지난 4월 8일 미국에서 가족들이 임종을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의 반열에 우뚝 세운 탁월한 경영자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기리는 격조 있는 부고 뉴스를 기대했건만, 조 회장의 별세 원인을 두고 우리 언론들은 ‘숙환(宿患)’과 ‘지병(持病)’이라는 단어 사이에서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부고 소식을 전할 때 ‘숙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사망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이고, ‘지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심신이 약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암시를 내포합니다. 단어의 뜻은 차이가 있지만 숙환이든 지병이든 지엽적인 표현에만 매몰된 채, 고인의 생전 업적이 가려지고 폄하되는 부고 기사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인쇄매체 위주의 예전 언론계에서는 유명인의 부고 기사에 그 매체의 격조와 내공을 담았습니다. 따라서 경력이 일천한 기자보다 오랫동안 고인을 지켜본 중견 기자가 생전의 행적을 곁들여 품격 있는 부고 기사를 실었고, 독자들은 고인의 긍정적인 면을 회고하며 조용히 애도했던 것이 관례였습니다. 교열과 여러 번의 인쇄공정을 거치는 동안 조금이라도 사위스러운 표현이 있으면 고치고 다듬어 독자들이 혀를 차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초고속 특종경쟁 때문에 종종 문법에서 어긋나는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배려의 문화였습니다.
낯간지러운 변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CEO들의 충실한 동반자’를 자처하는 월간 시이오앤에서나마 예전 어법으로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함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재벌가의 2세로 태어났지만 수성에 힘쓰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개척가형 경영자였습니다. 국제 항공업계가 내실을 표방하며 항로를 축소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일 때,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고 최신 기종을 도입하고 항취항노선을 늘리며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의 반열에 우뚝 세웠습니다. 또 주도적인 얼라이언스 구축을 통해 글로벌 항공사들과의 협업 및 제휴망을 만들었던 것도 미래를 내다본 혜안의 결과였습니다. 회사 경영에만 힘쓰지 않고 스포츠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재계의 리더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뜻을 이은 탁월한 경영자가 회사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더 도약의 기회로 삼아주기를 기대하며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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