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잊혀져가는 대한민국 경제위기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시간에 대한 교훈이 있다면 ‘큰말은 죽지 않는다(大馬不死)’라는 격언이 늘 올바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기업과 은행의 위기가 국가의 부도로 이어진 인과관계는, 거대한 조직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가까운 과거로 가보자.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깊이 각인된 사건이며,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경제위기에 대한 이전까지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큰말도 죽는다
과거의 위기는 해당 국가에 국한되거나 전파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 상황은 빠르게 확산되는 동시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학계에서는 이를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이라 부른다. 빠르고, 강력하며, 깊고, 오래가는 암흑의 시간인 것이다.
2008년 당시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약 700조 원, 2008년 기준 국내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550조 원)에서 단 250억 달러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씨티그룹은 순위가 5위로 하락했을 뿐 아니라 미국 정부로부터 공적자금까지 지원 받아야 했다. 말 그대로 굴욕이었다. 거대 은행일수록 휘청거리는 모습이 더 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도산기업 증가, 부동산대출 부실화, 가계채무상환 능력 약화 등을 초래했다. 국내 상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은 당연히 약화되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내려 기업의 자금부족을 완화하는 한편, 시장안정화펀드를 출시해 금융기관의 유동성까지 지원했다.
KB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 등 2008년 당시 국내 대형은행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었다. KEB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김병호 부행장(2018년 3월 퇴임) 2009년 한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변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으로 국내 은행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에 있던 웅진캐피탈 최인규 대표는 “외부시장이 인식하는 위기의 정도가 너무 컸으며, 은행권의 평판 리스크가 높아진 점이 가장 힘든 사항 중 하나였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은행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신이 최고조에 다다른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기관에게 평판의 하락은 중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마차를 끄는 말의 수를 늘려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및 과도한 경쟁가열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 속에, 은행은 새로운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예대마진만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기에는 미래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은 구조조정을 시작한 동시에 수익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예금과 대출 외에도 펀드, 보험, 카드 등 대표적인 3대 비은행권 상품을 흡수해 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만 해도 생명보험업계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합성어) 비중은 34.8%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68.2%로 초회 보험료 기준 23조 60,26억 원에 달했다. 전국의 수많은 은행 지점과 창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지주사가 은행, 증권, 보험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점포’도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 방문객이 줄어들고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복합점포가 비용 대비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금융백화점’ 전략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포석이라 볼 수 있다.


다양성의 함정
금융백화점 시대의 도래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다양화 전략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자금조달 및 운영 추이를 보면 자기자본비율을 높인 반면, 유가증권이나 가계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아졌다.
은행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금융백화점이라는 단어는 허울 좋은 다양성 마케팅 정도로 종료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은행의 수익 개선은 더 많은 예금 모집과 자산운용 확대라는 본연의 업무를 통해 달성돼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해 시장 다각화를 꽤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한 국내 은행의 높은 성장률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2013년에 개점한 IBK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의 경우 매년 43%에 달하는 높은 자산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마차를 끄는 말의 수를 늘리는 데 애쓸 것이 아니라 말의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확산 등 은행권에 새로운 변화의 시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넘어야 할 위기가 아닌 반가운 성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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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백화점 시대, 다양성의 한계 경계해야

Face to Face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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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백화점 시대, 다양성의 한계 경계해야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잊혀져가는 대한민국 경제위기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시간에 대한 교훈이 있다면 ‘큰말은 죽지 않는다(大馬不死)’라는 격언이 늘 올바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대기업과 은행의 위기가 국가의 부도로 이어진 인과관계는, 거대한 조직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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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과거로 가보자.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깊이 각인된 사건이며,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경제위기에 대한 이전까지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큰말도 죽는다
과거의 위기는 해당 국가에 국한되거나 전파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 상황은 빠르게 확산되는 동시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학계에서는 이를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이라 부른다. 빠르고, 강력하며, 깊고, 오래가는 암흑의 시간인 것이다.
2008년 당시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약 700조 원, 2008년 기준 국내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550조 원)에서 단 250억 달러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씨티그룹은 순위가 5위로 하락했을 뿐 아니라 미국 정부로부터 공적자금까지 지원 받아야 했다. 말 그대로 굴욕이었다. 거대 은행일수록 휘청거리는 모습이 더 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도산기업 증가, 부동산대출 부실화, 가계채무상환 능력 약화 등을 초래했다. 국내 상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은 당연히 약화되었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내려 기업의 자금부족을 완화하는 한편, 시장안정화펀드를 출시해 금융기관의 유동성까지 지원했다.
KB국민, 우리, 신한, KEB하나 등 2008년 당시 국내 대형은행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었다. KEB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김병호 부행장(2018년 3월 퇴임) 2009년 한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변 같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충격으로 국내 은행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에 있던 웅진캐피탈 최인규 대표는 “외부시장이 인식하는 위기의 정도가 너무 컸으며, 은행권의 평판 리스크가 높아진 점이 가장 힘든 사항 중 하나였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은행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신이 최고조에 다다른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기관에게 평판의 하락은 중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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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끄는 말의 수를 늘려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및 과도한 경쟁가열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 속에, 은행은 새로운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예대마진만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기에는 미래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은 구조조정을 시작한 동시에 수익의 다양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예금과 대출 외에도 펀드, 보험, 카드 등 대표적인 3대 비은행권 상품을 흡수해 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만 해도 생명보험업계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합성어) 비중은 34.8%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68.2%로 초회 보험료 기준 23조 60,26억 원에 달했다. 전국의 수많은 은행 지점과 창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지주사가 은행, 증권, 보험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점포’도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 방문객이 줄어들고 활용성이 떨어지면서 복합점포가 비용 대비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금융백화점’ 전략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은행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포석이라 볼 수 있다.


다양성의 함정
금융백화점 시대의 도래는 사실 진정한 의미의 다양화 전략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자금조달 및 운영 추이를 보면 자기자본비율을 높인 반면, 유가증권이나 가계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아졌다.
은행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금융백화점이라는 단어는 허울 좋은 다양성 마케팅 정도로 종료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은행의 수익 개선은 더 많은 예금 모집과 자산운용 확대라는 본연의 업무를 통해 달성돼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해 시장 다각화를 꽤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한 국내 은행의 높은 성장률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2013년에 개점한 IBK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 지점의 경우 매년 43%에 달하는 높은 자산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히 마차를 끄는 말의 수를 늘리는 데 애쓸 것이 아니라 말의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확산 등 은행권에 새로운 변화의 시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넘어야 할 위기가 아닌 반가운 성장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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