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의 전통색채는 같고 또 다르다. 음양오행사상과 계급 상징 등 관념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기후나 풍토의 영향에 의한 측면 등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정보화로 세계는 빠르게 통합되어 가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 간 변별성은 사라지고 있으며, 인종이나 언어, 종교 등 문화적 유사성을 갖는 몇몇 국가들이 문명공동체로 블록화되는 시대이다.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문화적, 사회적 속성이 잘 드러나는 공간과 복식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특히 한 문화권의 사상과 의식, 관습 등이 녹아있는 전통색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연 친화 사상과 음양오행
한·중·일 삼국에서 색채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철학적인 개념과 결합되어 있다. 색채 사용에 있어서 감각과 선호에 의하기보다 의미와 상징이 우선시되었는데, 이를 지배한 대표적인 관념이 자연친화 사상과 음양오행 사상이다.
세 나라 모두 농경 국가로 주로 농업에 의해 생활을 이어왔기에 대지를 관장하는 신에 대한 신앙, 도교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자연을 중요시하고 숭상하는 마음은 조형 의식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쳐, 가능한 한 재료의 원래 색이 그대로 드러나게 사용한다거나 직물을 염색하지 않고 소색(消色)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음양오행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음양의 화합과 조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금(金), 목(木), 화(火), 수(水), 토(土)의 다섯 가지 물질의 복합체라는 개념이다. 음양오행을 가장 잘 담아낸 것 중의 하나가 복식이다. 세 나라 모두 오방색을 비롯한 유채색은 권위와 사치의 상징으로 권력층의 전유물이었으며, 일반인들은 명절이나 혼례 등 특별한 날에만 허용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건축물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중국의 건축인 자금성의 경우, 붉은색 담은 남쪽과 양(陽)을 나타내어 태양과 복을 의미하고 담황색 궁전 지붕은 음(陰)의 원리로서 대지를 표현하는 등 색채의 강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한·중·일 전통 건축물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단청이다. 단청은 음양오행에 의한 색채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단청 문양이 비교적 단순하고 채도도 상대적으로 낮아 소박한 편이다. 중국은 부정적인 상징 때문에 흰색을 사용하지 않았고 일본은 붉은색 한 가지만 사용했다.

 

 

한·중·일 색채의 사회문화적 의미
한·중·일 세 나라의 색채는 사상과 관습에 의한 관념적인 색채 사용 외에 각 나라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특징이 바탕이 된다. 음양오행 사상에 의한 색채관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색채문화를 구분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배층 내에서도 공식적인 복식과 평상시 복식의 색채가 각각 다르게 선택되고 사용되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색채관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리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한국의 경우 민간인들은 평생 거의 흰 옷을 입었고 지배계층도 평상시에는 백색을 입었다. 염색기술이 채 발달하지 않아서, 혹은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한국인의 백의(白衣) 선호다. 13세기 고려 충렬왕 이후 흰옷은 쉽게 오염되어 실용적이지 않으니 흰옷을 입지 말라는 백의 금지령이 몇 차례나 있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한국인의 흰옷 사랑이 기층문화에 오랜 관습과 문화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 기호(嗜好)와 관련된 것임을 반증한다.

 

 

기후와 풍토, 색채에 영향을 끼치다
한·중·일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자연환경에서는 차이를 보이며, 각 나라의 자연에 적응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거대한 산과 드넓은 강, 무한히 펼쳐진 평야, 황폐한 사막, 혹한과 심한 더위 등 넓은 영토만큼이나 다양하면서도 거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론 웅대한 자연을 닮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중국의 색채는 강렬한 원색의 사용이 많다. 홍색의 벽돌을 사용한 붉은 길바닥, 흰 화강암을 그대로 사용한 계단과 난간, 백색 회분이 칠해진 담장 등 중국 건축물의 색은 재료 자체의 색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일본은 태풍이나 지진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지만 그 외에는 적절한 일조량과 강수량의 혜택으로 산과 들은 늘 아름다운 초목으로 가득하다. 일본 전통복식에서의 화려한 색채는 섬나라의 혜택인 아름다운 자연이 재현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지형적으로 더 오래된 한국은 노년기 지형으로 넓은 평지가 없이 완만한 경사의 낮은 산과 구불거리는 하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지만 강우량은 충분치 않기에 수목의 성장이 느린 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한국의 색채는 삼국 중 밝고 온화한 편이다.
한·중·일 삼국의 건축과 복식 등을 중심으로 전통색채를 비교해보면, 한국보다 풍토의 변화가 매우 심한 중국에서는 강렬한 원색이, 안정된 산야와 온대성 기후인 한국에서는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담백한 색조의 순한 색이, 섬나라의 특성상 습기가 많은 일본에서는 원색보다는 중간색이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시아, 즉 한·중·일 삼국은 한자(漢字)를 사용해 왔으며 유교사상에 기반을 두고 사회질서를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나라가 지닌 문화적 잠재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서구사회의 인정과 동경을 받아왔으며, 20세기 후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며 비서구사회의 중심국가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핵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활발히 이루어졌던 문화 개방과 정치·경제적 교류의 가치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정체성, 나아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색채를 비롯한 문화적 공통점을 많이 가진 한·중·일 삼국이 협업한다면, 세계에 미칠 문화적 파급력과 그를 통한 경제적 잠재력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지후  
•컬러스토리텔러
•디자인박사, 교육학박사과정
•맞춤형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송지후컬러앤콘텐츠랩 대표
•연세 패션&라이프 이노베이션 최고위과정 총괄책임
•롯데백화점 트렌드 자문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컬러리스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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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색

Color Marketing, 컬러 읽는 CEO | 14 |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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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색

한·중·일 삼국의 전통색채는 같고 또 다르다. 음양오행사상과 계급 상징 등 관념적 측면, 사회문화적 측면, 기후나 풍토의 영향에 의한 측면 등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정보화로 세계는 빠르게 통합되어 가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 간 변별성은 사라지고 있으며, 인종이나 언어, 종교 등 문화적 유사성을 갖는 몇몇 국가들이 문명공동체로 블록화되는 시대이다.
국가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문화적, 사회적 속성이 잘 드러나는 공간과 복식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특히 한 문화권의 사상과 의식, 관습 등이 녹아있는 전통색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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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 사상과 음양오행
한·중·일 삼국에서 색채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철학적인 개념과 결합되어 있다. 색채 사용에 있어서 감각과 선호에 의하기보다 의미와 상징이 우선시되었는데, 이를 지배한 대표적인 관념이 자연친화 사상과 음양오행 사상이다.
세 나라 모두 농경 국가로 주로 농업에 의해 생활을 이어왔기에 대지를 관장하는 신에 대한 신앙, 도교적인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자연을 중요시하고 숭상하는 마음은 조형 의식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쳐, 가능한 한 재료의 원래 색이 그대로 드러나게 사용한다거나 직물을 염색하지 않고 소색(消色)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음양오행은 우주의 삼라만상이 음양의 화합과 조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금(金), 목(木), 화(火), 수(水), 토(土)의 다섯 가지 물질의 복합체라는 개념이다. 음양오행을 가장 잘 담아낸 것 중의 하나가 복식이다. 세 나라 모두 오방색을 비롯한 유채색은 권위와 사치의 상징으로 권력층의 전유물이었으며, 일반인들은 명절이나 혼례 등 특별한 날에만 허용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건축물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중국의 건축인 자금성의 경우, 붉은색 담은 남쪽과 양(陽)을 나타내어 태양과 복을 의미하고 담황색 궁전 지붕은 음(陰)의 원리로서 대지를 표현하는 등 색채의 강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한·중·일 전통 건축물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단청이다. 단청은 음양오행에 의한 색채 선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단청 문양이 비교적 단순하고 채도도 상대적으로 낮아 소박한 편이다. 중국은 부정적인 상징 때문에 흰색을 사용하지 않았고 일본은 붉은색 한 가지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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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색채의 사회문화적 의미
한·중·일 세 나라의 색채는 사상과 관습에 의한 관념적인 색채 사용 외에 각 나라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특징이 바탕이 된다. 음양오행 사상에 의한 색채관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색채문화를 구분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배층 내에서도 공식적인 복식과 평상시 복식의 색채가 각각 다르게 선택되고 사용되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색채관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리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한국의 경우 민간인들은 평생 거의 흰 옷을 입었고 지배계층도 평상시에는 백색을 입었다. 염색기술이 채 발달하지 않아서, 혹은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한국인의 백의(白衣) 선호다. 13세기 고려 충렬왕 이후 흰옷은 쉽게 오염되어 실용적이지 않으니 흰옷을 입지 말라는 백의 금지령이 몇 차례나 있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한국인의 흰옷 사랑이 기층문화에 오랜 관습과 문화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 기호(嗜好)와 관련된 것임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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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풍토, 색채에 영향을 끼치다
한·중·일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자연환경에서는 차이를 보이며, 각 나라의 자연에 적응하며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거대한 산과 드넓은 강, 무한히 펼쳐진 평야, 황폐한 사막, 혹한과 심한 더위 등 넓은 영토만큼이나 다양하면서도 거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론 웅대한 자연을 닮아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중국의 색채는 강렬한 원색의 사용이 많다. 홍색의 벽돌을 사용한 붉은 길바닥, 흰 화강암을 그대로 사용한 계단과 난간, 백색 회분이 칠해진 담장 등 중국 건축물의 색은 재료 자체의 색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일본은 태풍이나 지진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지만 그 외에는 적절한 일조량과 강수량의 혜택으로 산과 들은 늘 아름다운 초목으로 가득하다. 일본 전통복식에서의 화려한 색채는 섬나라의 혜택인 아름다운 자연이 재현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지형적으로 더 오래된 한국은 노년기 지형으로 넓은 평지가 없이 완만한 경사의 낮은 산과 구불거리는 하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지만 강우량은 충분치 않기에 수목의 성장이 느린 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한국의 색채는 삼국 중 밝고 온화한 편이다.
한·중·일 삼국의 건축과 복식 등을 중심으로 전통색채를 비교해보면, 한국보다 풍토의 변화가 매우 심한 중국에서는 강렬한 원색이, 안정된 산야와 온대성 기후인 한국에서는 명도가 높고 채도가 낮은 담백한 색조의 순한 색이, 섬나라의 특성상 습기가 많은 일본에서는 원색보다는 중간색이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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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즉 한·중·일 삼국은 한자(漢字)를 사용해 왔으며 유교사상에 기반을 두고 사회질서를 유지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나라가 지닌 문화적 잠재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서구사회의 인정과 동경을 받아왔으며, 20세기 후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며 비서구사회의 중심국가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핵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활발히 이루어졌던 문화 개방과 정치·경제적 교류의 가치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정체성, 나아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색채를 비롯한 문화적 공통점을 많이 가진 한·중·일 삼국이 협업한다면, 세계에 미칠 문화적 파급력과 그를 통한 경제적 잠재력은 상상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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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후  
•컬러스토리텔러
•디자인박사, 교육학박사과정
•맞춤형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송지후컬러앤콘텐츠랩 대표
•연세 패션&라이프 이노베이션 최고위과정 총괄책임
•롯데백화점 트렌드 자문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컬러리스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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