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완전경쟁은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것은 현대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가정은 시작부터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현실에서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 선택으로 경제이론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런 실망감을 정리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1987년 모토로라(Motorola)는 위성시스템을 활용한 세계적 전화 네트워크를 구상해 전 세계 어디서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수익이 생성되기까지는 무려 11년이 소요되며, 5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거액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당시 모토로라를 최대주주로 해 이리디움(Iridium)이라는 세계 최대의 민간 부문 투자회사가 설립되었다. 이로부터 11년 뒤인 1998년, 원거리 고객 전화서비스를 시작했지만 1년 후 이리디움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되어야 했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시 하는 국제전화를 최초로 시도했지만 종국에 파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자명하다. 당시 CEO로 있었던 로버트 갤빈(Robert Galvin)은 2시간에 걸친 엔지니어 발표 후 현금흐름, 회수기간 등의 구체적인 분석 없이 바로 투자안을 승인했다. 깐깐한 재무 분석 대신 직관에 의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관적 판단이 가져온 재앙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6명의 노벨경제학상을 배출하다
행동경제학은 비이성적 인간을 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이성적이지도 비이성적이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인간에게는 편향(Bias : 과잉낙관, 확신, 자기과신 등)과 휴리스틱(Heuristic : 집착, 감정, 직관 등)이 존재하며, 이것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기존의 경제학적 문제 해결이 ‘제도’에 초점이었다면, 행동경제학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변두리에 있던 분야가 2000년대 전후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78년 허버트 사이먼부터 1988년 모리스 알레, 2002년 대니얼 카너먼,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 2013년 로버트 실러, 2017년 리처드 탈러에 이르기까지 6명의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들이 진행한 연구의 현실적인 적용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융 분야로 확장해 LSV Asset Management라는 행동재무학자 3명이 설립한 자산운용사는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 모델을 다양한 편향 현상을 고려해 투자 시장에 반영했다. 대표 펀드인 LSV U. S. Large Cap Value는 설립 이래 연평균 수익률 11.2%를 달성했다(DBR 210호 2016. 10 Issue1). 펀드 규모가 10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부드러운 개입으로 해결하라
기존의 문제해결 방법은 제도에 초점이 맞춰있다. 규제를 추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형태의 해결은 부작용 역시 상당하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같은 정치 이슈 또한 몰이해한 규제 사이에서 선택지가 없는 대중이 행동을 보인 사례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야구장 남자화장실 소변기 밖 소변행위를 줄이기 위해 안내문구와 포스터를 붙이고 청소인력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소변기 안에 작은 파리를 그려 넣는 것으로 부드러운 해결을 할 수 있다. 소변을 보는 사람에 대한 행동을 제한하고 결과를 처리하는 것이 기존의 경제학적 관점이라면, 행동경제학은 남자의 심리를 이용해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2017년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실러의 <넛지(Nudge)>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런 기발함에 대한 대중적 호응의 결과인 것이다. 영국 정부의 경우, 금융 분야에서 넛지를 통한 소비자의 금융행동을 개선하고 있다. 기존 보험 상품의 핵심 설명서는 과도한 정보로 소비자의 회피를 불러와 금융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간략화, 표준화 작업으로 불편한 요소를 제거해 금융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켰다.


인간 본성의 정량화
‘인간의 본성’을 경제의 중심으로 가져 온 행동경제학은 스스로 거센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성을 분석 및 예측의 변수로 한다는 것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계량된 정보가 필요함을 뜻한다. 흔히 변덕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지가 최대의 과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나름의 실험을 통해 계량된 수치로 기존 이론에 반박했다. 하지만 인간의 행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주류 경제학의 뿌리를 바꾸는 것은 그 자체가 또 다른 도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가령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를 가지고, 누구와 어디로,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등등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동행자가 약속을 취소한다든지 여행 당사자의 마음이 갑자기 변하는 것 등의 심리적 요인을 변수로 두지는 않는다.
주류 경제학의 현실적 방법(계량적, 제도적)을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과연 그들의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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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경제학 기본을 뒤집다

Face to Face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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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경제학 기본을 뒤집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완전경쟁은 시장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것은 현대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가정은 시작부터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현실에서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 선택으로 경제이론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런 실망감을 정리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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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모토로라(Motorola)는 위성시스템을 활용한 세계적 전화 네트워크를 구상해 전 세계 어디서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수익이 생성되기까지는 무려 11년이 소요되며, 5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거액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당시 모토로라를 최대주주로 해 이리디움(Iridium)이라는 세계 최대의 민간 부문 투자회사가 설립되었다. 이로부터 11년 뒤인 1998년, 원거리 고객 전화서비스를 시작했지만 1년 후 이리디움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되어야 했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시 하는 국제전화를 최초로 시도했지만 종국에 파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자명하다. 당시 CEO로 있었던 로버트 갤빈(Robert Galvin)은 2시간에 걸친 엔지니어 발표 후 현금흐름, 회수기간 등의 구체적인 분석 없이 바로 투자안을 승인했다. 깐깐한 재무 분석 대신 직관에 의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관적 판단이 가져온 재앙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6명의 노벨경제학상을 배출하다
행동경제학은 비이성적 인간을 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이성적이지도 비이성적이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인간에게는 편향(Bias : 과잉낙관, 확신, 자기과신 등)과 휴리스틱(Heuristic : 집착, 감정, 직관 등)이 존재하며, 이것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한다.
기존의 경제학적 문제 해결이 ‘제도’에 초점이었다면, 행동경제학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변두리에 있던 분야가 2000년대 전후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78년 허버트 사이먼부터 1988년 모리스 알레, 2002년 대니얼 카너먼,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 2013년 로버트 실러, 2017년 리처드 탈러에 이르기까지 6명의 행동경제학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들이 진행한 연구의 현실적인 적용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융 분야로 확장해 LSV Asset Management라는 행동재무학자 3명이 설립한 자산운용사는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 모델을 다양한 편향 현상을 고려해 투자 시장에 반영했다. 대표 펀드인 LSV U. S. Large Cap Value는 설립 이래 연평균 수익률 11.2%를 달성했다(DBR 210호 2016. 10 Issue1). 펀드 규모가 10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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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개입으로 해결하라
기존의 문제해결 방법은 제도에 초점이 맞춰있다. 규제를 추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형태의 해결은 부작용 역시 상당하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같은 정치 이슈 또한 몰이해한 규제 사이에서 선택지가 없는 대중이 행동을 보인 사례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야구장 남자화장실 소변기 밖 소변행위를 줄이기 위해 안내문구와 포스터를 붙이고 청소인력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소변기 안에 작은 파리를 그려 넣는 것으로 부드러운 해결을 할 수 있다. 소변을 보는 사람에 대한 행동을 제한하고 결과를 처리하는 것이 기존의 경제학적 관점이라면, 행동경제학은 남자의 심리를 이용해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2017년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실러의 <넛지(Nudge)>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런 기발함에 대한 대중적 호응의 결과인 것이다. 영국 정부의 경우, 금융 분야에서 넛지를 통한 소비자의 금융행동을 개선하고 있다. 기존 보험 상품의 핵심 설명서는 과도한 정보로 소비자의 회피를 불러와 금융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간략화, 표준화 작업으로 불편한 요소를 제거해 금융 소비자의 효용을 증가시켰다.


인간 본성의 정량화
‘인간의 본성’을 경제의 중심으로 가져 온 행동경제학은 스스로 거센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인간성을 분석 및 예측의 변수로 한다는 것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계량된 정보가 필요함을 뜻한다. 흔히 변덕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지가 최대의 과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나름의 실험을 통해 계량된 수치로 기존 이론에 반박했다. 하지만 인간의 행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주류 경제학의 뿌리를 바꾸는 것은 그 자체가 또 다른 도전임은 부정할 수 없다.
가령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를 가지고, 누구와 어디로, 무엇을 타고 갈 것인지 등등 따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동행자가 약속을 취소한다든지 여행 당사자의 마음이 갑자기 변하는 것 등의 심리적 요인을 변수로 두지는 않는다.
주류 경제학의 현실적 방법(계량적, 제도적)을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과연 그들의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지 지켜볼 부분이다.

 

 


Editor 김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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