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감각은 디자이너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을 이끄는 CEO에게는 기본적으로 색채를 올바로 읽을 수 있는 감각과 지식이 필요하다.

 

 

색채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색과 다른 디자인 요소와의 관계를 잘 파악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색채 계획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컬러의 세계는 다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어떠한 색채 이론으로도 그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거나 정확히 계산해낼 수도 없다. 또한, 완벽하게 좋았던 배색이라 하더라도 어느 경우에나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다.
좋은 배색, 좋은 색채 계획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창의적인 감성을 가지고 스스로 눈과 감각으로 늘 새롭게 발견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감각은 다분히 선천적이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의 색채 감각은 더 많이 관찰하고 경험할수록 민감해지는 특성이 있다. 가능한 한 자주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한 문화권의 독특한 우수성이 내포된 전통, 유명 회화작품 등에 나타난 색채의 특징과 미적인 완성도를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국의 자연색, 적(赤), 청(靑), 황(黃), 백(白), 흑(黑)
음양오행에 대한 이론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하늘, 식물 등 자연환경이나 색동, 단청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면 거기에서 무언가 우리만의 색채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색, 고유한 감각의 근원은 사실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에는 질서와 순환체계가 있으며, 인간 역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AI가 만들어지는 시대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있기에 자연을 모체로 하는 디자인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우리를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한다.
자연의 색채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자연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은 컬러 감각의 기본을 익히고 새로운 감각을 개발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자연색 적, 청, 황, 백, 흑을 통해 그 다양성을 발견하고, 느끼고, 이해하면서 우리의 감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적색은 남쪽을 상징하는 색이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진달래, 예전 여인네들의 손끝을 물들이던 봉숭아, 겨울날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주홍색 감, 전통 조미 식품인 고추장, 붉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양념한 김치, 동짓날 시식(時食)이었던 팥죽 등은 한국의 자연과 생활에서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적색이다. 팥죽은 붉은빛이 악귀를 쫓는다고 믿었는데, 팥에 들어 있는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이 심장을 강하게 만들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자 자연의 신비다.

 


동쪽을 대표하는 청색
청색은 동쪽의 색이다. 한국의 자연에는 쪽빛 하늘, 쪽빛 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푸른색을 대표하는 쪽, 나쁜 기운을 없애주어 약으로도 사용되는 쑥, 치밀하면서도 온화하고 윤택한 물성을 지니고 있어 수려한 용모나 귀하고 아름다운 성정을 일컫는 데 쓰이던 옥, 고려 시대의 아름다운 청자 등 여러 가지 청색을 접할 수 있다.
황색은 흙을 닮은 색이기에 비옥함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한국의 자연색 중 황색은 한국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개나리, 맛있게 잘 익은 메주와 옥수수, 벼농사가 주업이었던 시대에 만경금파(萬頃金波)라는 말이 생기게 한 논과 벼, 기품 있는 노란색으로 천이나 음식을 물들이는 데 사용되었던 치자 열매, 황금, 그리고 우리 땅의 황토 등이다. 
다른 색들도 그렇지만 백색은 자연이나 생활에서 특히 더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색이다. 태양을 숭배하던 우리 민족은 햇빛을 닮은 흰색을 매우 좋아했다. 양념에서 빠져서는 안 될 소금과 마늘, 한옥의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은근히 나누어 주었던 창호지, 잘 숙성된 막걸리, 흥부놀부전에 나왔던 둥근 박 등이 있다. 또한 갓 태어난 아기의 배내옷, 땀 흘려 일하던 농부의 일상복, 검소한 학자의 평상복, 특별한 의식에서 차려입던 제복,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의 상복은 모두 흰색이다.
흑색은 오행 중 물을 상징하며 북쪽과 겨울을 나타내는데, 한국의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흑색은 세월이 오래될수록 깊이를 더하는 간장, 더러운 것을 없애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힘이 있어 소독제 역할을 대신해 온 숯, 이제는 흔히 보기 어려워진 선비의 갓과 먹 등이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오래되어도 변치 않는, 선비의 지조를 담고 있는 흑색이다.

 

 

한국의 대표색을 찾아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색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흔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다.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국민 응원복으로 자리 잡아온 만큼 한국의 색은 빨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한·중·일 색채와 묶어 오방색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복이라고는 평생 몇 번 입지 않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의민족을 떠올리며 흰색이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묻는 말에 한마디로 답할 수 없음은 이것이 우리에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컬러에 대한 감각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컬러를 접하고 즐기고 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올여름 유난히 심했던 무더위와 우리를 긴장시켰던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채워줄, 새삼스레 드높게 펼쳐질 우리의 푸른 가을 하늘을 마음껏 즐겨보자.   




송지후  
•컬러스토리텔러
•디자인박사, 교육학박사과정
•맞춤형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송지후컬러앤콘텐츠랩 대표
•연세 패션&라이프 이노베이션 최고위과정 총괄책임
•롯데백화점 트렌드 자문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컬러리스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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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색, 한국의 자연색

Color Marketing, 컬러 읽는 CEO | 12 |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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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색, 한국의 자연색

색채 감각은 디자이너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을 이끄는 CEO에게는 기본적으로 색채를 올바로 읽을 수 있는 감각과 지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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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색과 다른 디자인 요소와의 관계를 잘 파악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색채 계획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컬러의 세계는 다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어떠한 색채 이론으로도 그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거나 정확히 계산해낼 수도 없다. 또한, 완벽하게 좋았던 배색이라 하더라도 어느 경우에나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다.
좋은 배색, 좋은 색채 계획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창의적인 감성을 가지고 스스로 눈과 감각으로 늘 새롭게 발견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감각은 다분히 선천적이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의 색채 감각은 더 많이 관찰하고 경험할수록 민감해지는 특성이 있다. 가능한 한 자주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한 문화권의 독특한 우수성이 내포된 전통, 유명 회화작품 등에 나타난 색채의 특징과 미적인 완성도를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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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연색, 적(赤), 청(靑), 황(黃), 백(白), 흑(黑)
음양오행에 대한 이론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하늘, 식물 등 자연환경이나 색동, 단청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하면 거기에서 무언가 우리만의 색채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색, 고유한 감각의 근원은 사실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에는 질서와 순환체계가 있으며, 인간 역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AI가 만들어지는 시대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있기에 자연을 모체로 하는 디자인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우리를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한다.
자연의 색채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자연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은 컬러 감각의 기본을 익히고 새로운 감각을 개발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한국의 자연색 적, 청, 황, 백, 흑을 통해 그 다양성을 발견하고, 느끼고, 이해하면서 우리의 감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적색은 남쪽을 상징하는 색이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진달래, 예전 여인네들의 손끝을 물들이던 봉숭아, 겨울날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주홍색 감, 전통 조미 식품인 고추장, 붉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양념한 김치, 동짓날 시식(時食)이었던 팥죽 등은 한국의 자연과 생활에서 볼 수 있었던 대표적인 적색이다. 팥죽은 붉은빛이 악귀를 쫓는다고 믿었는데, 팥에 들어 있는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이 심장을 강하게 만들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자 자연의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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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을 대표하는 청색
청색은 동쪽의 색이다. 한국의 자연에는 쪽빛 하늘, 쪽빛 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푸른색을 대표하는 쪽, 나쁜 기운을 없애주어 약으로도 사용되는 쑥, 치밀하면서도 온화하고 윤택한 물성을 지니고 있어 수려한 용모나 귀하고 아름다운 성정을 일컫는 데 쓰이던 옥, 고려 시대의 아름다운 청자 등 여러 가지 청색을 접할 수 있다.
황색은 흙을 닮은 색이기에 비옥함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한국의 자연색 중 황색은 한국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개나리, 맛있게 잘 익은 메주와 옥수수, 벼농사가 주업이었던 시대에 만경금파(萬頃金波)라는 말이 생기게 한 논과 벼, 기품 있는 노란색으로 천이나 음식을 물들이는 데 사용되었던 치자 열매, 황금, 그리고 우리 땅의 황토 등이다. 
다른 색들도 그렇지만 백색은 자연이나 생활에서 특히 더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색이다. 태양을 숭배하던 우리 민족은 햇빛을 닮은 흰색을 매우 좋아했다. 양념에서 빠져서는 안 될 소금과 마늘, 한옥의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은근히 나누어 주었던 창호지, 잘 숙성된 막걸리, 흥부놀부전에 나왔던 둥근 박 등이 있다. 또한 갓 태어난 아기의 배내옷, 땀 흘려 일하던 농부의 일상복, 검소한 학자의 평상복, 특별한 의식에서 차려입던 제복,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의 상복은 모두 흰색이다.
흑색은 오행 중 물을 상징하며 북쪽과 겨울을 나타내는데, 한국의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흑색은 세월이 오래될수록 깊이를 더하는 간장, 더러운 것을 없애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힘이 있어 소독제 역할을 대신해 온 숯, 이제는 흔히 보기 어려워진 선비의 갓과 먹 등이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오래되어도 변치 않는, 선비의 지조를 담고 있는 흑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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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색을 찾아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색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흔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다.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국민 응원복으로 자리 잡아온 만큼 한국의 색은 빨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한·중·일 색채와 묶어 오방색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복이라고는 평생 몇 번 입지 않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의민족을 떠올리며 흰색이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한마디로 묻는 말에 한마디로 답할 수 없음은 이것이 우리에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컬러에 대한 감각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컬러를 접하고 즐기고 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올여름 유난히 심했던 무더위와 우리를 긴장시켰던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채워줄, 새삼스레 드높게 펼쳐질 우리의 푸른 가을 하늘을 마음껏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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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후  
•컬러스토리텔러
•디자인박사, 교육학박사과정
•맞춤형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송지후컬러앤콘텐츠랩 대표
•연세 패션&라이프 이노베이션 최고위과정 총괄책임
•롯데백화점 트렌드 자문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컬러리스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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