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장인(匠人)의 임무라면 기존에 없던 참신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예술가의 숙명이다.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는 한국도자기의 장인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순수미술을 전공한 예술가 특유의 창의성으로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창조적인 CEO다. 김영목 대표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생활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늬 언어 지오플로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권상훈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꿈꿨다.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의 차남이자 김영신 사장의 동생인 그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수업을 받기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포틀랜드 오레곤 주의 루이스 앤 클라크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인 세라믹 아트를 전공으로 결정할 당시 김영목 대표의 머릿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항상 떠나지 않았다.
“정통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형님이 계셨기에 회사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유학길에 올라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학부 과정 2학년 이후에 전공을 정하는데 그 전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했죠. 결국 답을 찾기 위해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이것저것 도전하는 과정에서 순수미술에 제 열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가 선택한 전공은 순수미술 중에서도 흙을 다루는 조형 예술인 세라믹 아트다. 흙이라는 재질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했고, 흙이 아닌 다른 재질과 융합하는 Mixed Media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학부를 졸업하며 학장 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고, 미국 중부 워싱턴유니버시티 대학원에서는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군 복무 문제로 국가의 부름을 받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부친의 권유로 한국도자기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1년만 일해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회사에 뼈를 묻으라”는 것이 김동수 회장의 뜻이었다.

 

 

예술가적 기질에 기술을 더하다
김영목 대표는 1992년에 한국도자기에 입사해 청주에 있는 도자기 공장에서 7년을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도자기 산업은 예술과 기술이 합쳐진 독특한 산업이었고, 그가 익혀온 예술가적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한 점의 도자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을 만나 살아남아야 합니다. 흙이라는 재질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그걸 표준화시켜 상품화하고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건 굉장한 노하우에요.”
현대화된 자동화 시설을 갖춰놓아도 도자기 공장의 열기는 1300℃에 달한다. 여름이면 눈동자에 초점이 흐릿해질 정도로 고생하는 도공들을 보며 김영목 대표는 장인 정신에 감탄하는 한편 책임감을 느꼈다.
“한겨울에도 뜨거운 땀을 흘리던 장인들이 있었기에 한국도자기가 존재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제가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기였기에 현장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하다면 예술과 미학 그리고 영어까지 그동안 학습해온 모든 것을 동원해 회사를 발전시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초반에 현장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그의 언어 실력이었다. 한국도자기가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때 외국 기술이 많이 도입되었는데 제품개발부 소속으로 여러 외국인 기술자와의 소통을 도맡았다. 미술 전공자로서 도자기 제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통역 대부분을 도맡아 하다 보니 점점 기술적인 지식도 쌓이기 시작했다. 김영목 대표를 통해 소통한 직원들은 그를 도자기 엔지니어링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의 탄생
순수미술인 세라믹아트를 전공으로 결정할 때부터 김 대표는 항상 머릿속에는 “Why?”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한국도자기에 입사하며 품은 첫 번째 Why는 “왜 한국도자기는 고유의 브랜드로 명품 도자기를 만들 수 없을까”였고, 그 고민의 결과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Prouna)로 나타났다.
김영목 대표가 근무를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에 한국도자기는 주로 유럽 명품 도자기업체들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도자기를 만들었다. 생산 물량이 많아 공장이 풀가동되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새롭게 세울 정도로 호황인 시절이었지만 김영목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자기가 OEM으로 가장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저는 계속 그 길만 걷다 보면 10년 후쯤에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예측했어요. 방글라데시, 태국,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들의 기술력이 점점 발전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서 외국 명품 백화점에 입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는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외국의 명품백화점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자의 한계’라거나 ‘이상주의적 발상’이라는 주변의 비판도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그는 순수미술 전공자의 한계를 스스로 타파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Executive MBA 과정에서 학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김영목 대표는 순수예술을 전공하며 갖춰온 안목과 한국도자기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찾았다. 유학 시절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의 특별한 인연도 프라우나를 만들고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묵묵한 자기계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실력을 키워온 김영목 대표는 특유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프라우나를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3년에 이탈리아 론칭쇼에서 프라우나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2004년도에는 독일 론칭쇼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일 박람회 명품관에 한국 업체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김영목 대표의 도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을 통해 보석을 도자기에 박았다. 보석이 붙은  명품 도자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었고, 그때부터 김영목이라는 이름 석 자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프라우나는 영국 해롯, 미국 블루밍데일, 일본 와꼬, 홍콩 소고 등 해외의 명품 백화점에 입점했다. 엘리자베스여왕 2세의 즉위 60주년 기념 선물로 채택된 것도 프라우나가 명품으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생활에 해답을 주는 주방용품
프라우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첫 번째 성취를 달성한 이후에 김영목 대표는 쉬지 않고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2006년 한국도자기리빙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생활 곳곳에서 한국도자기의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며 주방과 식탁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주방용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숟가락때기, 젓가락때기, 냄비쪼가리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방 도구를 그저 입에 대는 물건 정도로 인식하잖아요. 삶을 더욱 아름답고 윤택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일반인들이 주방에서 저희 제품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바탕이 되어 한국도자기리빙이 탄생했습니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식탁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검은 뚝배기에 예쁜 뚜껑을 얹고 ‘수와 저’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숟가락, 젓가락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리빙한국 브랜드가 10주년 되던 해에는 리한(LIHAN)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브랜딩은 하나의 인격이고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빙한국이라는 듬직하고 올곧은 아이를 오랫동안 길러왔다면 이번에는 리한이라는 재미있고 톡톡 튀는 아이를 하나 낳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수분을 잘 살려야 찜기다.’, ‘가벼워야 냄비다.’, ‘세워져야 주걱이다.’, ‘청결해야 도마다.’ 등 리한생활백서를 만들어 주방용품에 대한 편견을 깬 리한은 각종 박람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언론과 소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리한생활백서 시리즈를 통해 한국도자기리빙은 ‘잘 세워지는 오뚝이 주걱’, 수분을 잘 살리는 ‘타진 찜기’, 교차 오염을 막는 ‘양면 도마’ 등 생활의 불편을 줄여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4년 5월에는 그 품질을 인정받아 멀티타진 찜기 500세트를 청와대에 납품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리한생활백서는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11번째 리한생활백서인 ‘식용 성분으로 만들어야 세정제다’를 통해 천연 성분 세정제를 출시하며 ‘한국도자기리빙이 취급하는 제품의 범주를 넓혔다.

 

 

세상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무늬언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프라우나와 리빙한국, 리한 등 다양한 성취를 이룩해온 김영목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오플로(GEOFLO)라는 새로운 개념의 패턴을 발표하며 브랜드 콘셉트에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지오플로는 패턴을 통해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무늬언어(Pattern Language)의 일종으로, 한국도자기리빙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브랜딩하고 고객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지오플로를 구상한 계기도 김영목 대표의 머릿속을 맴돌던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제품을 사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하지만 과연 제품이 점점 좋아지는 만큼 우리의 삶이 좋아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제품을 사는 것과 삶을 사는 것을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영목 대표는 제품을 사는 것(Buying)과 삶을 사는 것(Living)을 연결하기 위해 세상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무늬 언어를 구상했다. 우선 영어 알파벳 26개를 점자 알파벳으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A부터 Z에 해당하는 26개의 디자인 패턴을 개발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김영목 대표와 디자인팀은 오랜 연구를 통해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지오플로가 탄생시켰다.

 

 

새로운 도전, 지오플로의 무한 가능성
지오플로는 한국어나 영어, 중국어 등 기존의 문자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26개의 각기 다른 패턴은 자유롭게 어우러져 사랑(Love)와 희망(Hope), 아름다움(Beauty), 인생(Life) 등 삶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나타낸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 아름다운 무늬가 언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겠죠. 하지만 지오플로가 많이 알려지고 언어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는 우리 제품의 패턴을 보고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오플로의 무늬 언어와 연계되는 알파벳을 모두 암기한다면 지오플로 제품을 보고 어떤 뜻인지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Code-Decode가 가능한 패턴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선물 받은 머그컵의 패턴이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숟가락에 새겨진 무늬에서 ‘건강’의 의미를 읽어냈을 때,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애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오플로로 자신만의 메시지가 담긴 패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한국도자기리빙의 새로운 도전은 미래 사업 영역에서도 풍요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지오플로는 식기와 조리 기구 등 주방용품뿐 아니라 연필이나 공책 같은 필기구, 타월과 쿠션 등의 패브릭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26개의 무늬 언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은 한계가 없고, 같은 메시지라도 시즌별로 다양한 색감과 조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B2B 영역에서도 지오플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념품에 기업명을 알파벳으로 새기거나 로고를 집어넣는 투박한 방식 대신 기업명을 패턴화한 고유의 디자인을 입혀 세련된 방법으로 홍보할 수 있다. 차후에는 지오플로를 해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시각 장애인 단체와 연계해 점자 버전 제품 또한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그 한계를 짐작하기 어려워 보인다.

 

 

Dream, Think, Believe, Speak
김영목 대표는 한국도자기리빙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기까지는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큰 몫을 했다고 믿는다.
“Dream, Think, Believe, Speak. 꿈을 이루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꿈은 꾸는 대로, 생각한 대로, 믿는 대로, 그리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김영목 대표는 가장 먼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항상 꿈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꿈에 대해서 공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꿈에 대해 주변에 끊임없이 말하고 다녀야 합니다. 프라우나를 구상할 때에도 저는 세계의 명품 백화점에 입점시키겠다는 꿈을 말하고 다녔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죠. 결국은 말하는 대로 제 꿈이 이뤄졌습니다.”
신촌성결교회 장로인 그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심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누차 강조했다. 함께 해온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는 하나님이고 저는 신앙과 기도로 영감을 얻고 있을 뿐입니다. 항상 소통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비전을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저의 행운입니다.”
김영목 대표와 함께 숙명여자대학교 멘토링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BT&I 송경애 대표는 김영목 대표에 대해 ‘항상 밝은 곳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전파하는 CEO’라고 평가한다.
“김영목 대표님이 함께 하는 모든 모임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리더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항상 베푸는 것을 좋아하죠. 유머러스함과 배려심은 김 대표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장점입니다.”
현재 한국도자기그룹은 김영목 대표를 비롯한 삼 남매가 의기투합하며 경영하고 있다.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한국도자기 김영신 대표, 차남인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 막내인 한국도자기특판 김영은 대표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삼 남매의 특별한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만들어나갈 한국도자기의 특별한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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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한 생각이 생활을 바꾼다

Cover Story,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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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한 생각이 생활을 바꾼다

어떤 물건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장인(匠人)의 임무라면 기존에 없던 참신한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예술가의 숙명이다.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는 한국도자기의 장인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순수미술을 전공한 예술가 특유의 창의성으로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창조적인 CEO다. 김영목 대표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생활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늬 언어 지오플로에 대해 들었다.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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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꿈꿨다.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의 차남이자 김영신 사장의 동생인 그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수업을 받기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포틀랜드 오레곤 주의 루이스 앤 클라크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인 세라믹 아트를 전공으로 결정할 당시 김영목 대표의 머릿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항상 떠나지 않았다.
“정통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형님이 계셨기에 회사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유학길에 올라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학부 과정 2학년 이후에 전공을 정하는데 그 전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했죠. 결국 답을 찾기 위해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이것저것 도전하는 과정에서 순수미술에 제 열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가 선택한 전공은 순수미술 중에서도 흙을 다루는 조형 예술인 세라믹 아트다. 흙이라는 재질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했고, 흙이 아닌 다른 재질과 융합하는 Mixed Media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학부를 졸업하며 학장 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고, 미국 중부 워싱턴유니버시티 대학원에서는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군 복무 문제로 국가의 부름을 받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부친의 권유로 한국도자기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1년만 일해보고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회사에 뼈를 묻으라”는 것이 김동수 회장의 뜻이었다.

 

 

예술가적 기질에 기술을 더하다
김영목 대표는 1992년에 한국도자기에 입사해 청주에 있는 도자기 공장에서 7년을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도자기 산업은 예술과 기술이 합쳐진 독특한 산업이었고, 그가 익혀온 예술가적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한 점의 도자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을 만나 살아남아야 합니다. 흙이라는 재질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그걸 표준화시켜 상품화하고 대량생산하는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건 굉장한 노하우에요.”
현대화된 자동화 시설을 갖춰놓아도 도자기 공장의 열기는 1300℃에 달한다. 여름이면 눈동자에 초점이 흐릿해질 정도로 고생하는 도공들을 보며 김영목 대표는 장인 정신에 감탄하는 한편 책임감을 느꼈다.
“한겨울에도 뜨거운 땀을 흘리던 장인들이 있었기에 한국도자기가 존재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제가 특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감수성이 풍부했던 시기였기에 현장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하다면 예술과 미학 그리고 영어까지 그동안 학습해온 모든 것을 동원해 회사를 발전시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초반에 현장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그의 언어 실력이었다. 한국도자기가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때 외국 기술이 많이 도입되었는데 제품개발부 소속으로 여러 외국인 기술자와의 소통을 도맡았다. 미술 전공자로서 도자기 제조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통역 대부분을 도맡아 하다 보니 점점 기술적인 지식도 쌓이기 시작했다. 김영목 대표를 통해 소통한 직원들은 그를 도자기 엔지니어링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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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프라우나의 탄생
순수미술인 세라믹아트를 전공으로 결정할 때부터 김 대표는 항상 머릿속에는 “Why?”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한국도자기에 입사하며 품은 첫 번째 Why는 “왜 한국도자기는 고유의 브랜드로 명품 도자기를 만들 수 없을까”였고, 그 고민의 결과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Prouna)로 나타났다.
김영목 대표가 근무를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에 한국도자기는 주로 유럽 명품 도자기업체들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도자기를 만들었다. 생산 물량이 많아 공장이 풀가동되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새롭게 세울 정도로 호황인 시절이었지만 김영목 대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자기가 OEM으로 가장 잘나가던 시절이었지만 저는 계속 그 길만 걷다 보면 10년 후쯤에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예측했어요. 방글라데시, 태국,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들의 기술력이 점점 발전하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서 외국 명품 백화점에 입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는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외국의 명품백화점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자의 한계’라거나 ‘이상주의적 발상’이라는 주변의 비판도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그는 순수미술 전공자의 한계를 스스로 타파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Executive MBA 과정에서 학습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김영목 대표는 순수예술을 전공하며 갖춰온 안목과 한국도자기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찾았다. 유학 시절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의 특별한 인연도 프라우나를 만들고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묵묵한 자기계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실력을 키워온 김영목 대표는 특유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프라우나를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03년에 이탈리아 론칭쇼에서 프라우나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2004년도에는 독일 론칭쇼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일 박람회 명품관에 한국 업체가 자리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김영목 대표의 도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와로브스키와의 협업을 통해 보석을 도자기에 박았다. 보석이 붙은  명품 도자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었고, 그때부터 김영목이라는 이름 석 자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프라우나는 영국 해롯, 미국 블루밍데일, 일본 와꼬, 홍콩 소고 등 해외의 명품 백화점에 입점했다. 엘리자베스여왕 2세의 즉위 60주년 기념 선물로 채택된 것도 프라우나가 명품으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생활에 해답을 주는 주방용품
프라우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첫 번째 성취를 달성한 이후에 김영목 대표는 쉬지 않고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2006년 한국도자기리빙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생활 곳곳에서 한국도자기의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며 주방과 식탁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주방용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숟가락때기, 젓가락때기, 냄비쪼가리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방 도구를 그저 입에 대는 물건 정도로 인식하잖아요. 삶을 더욱 아름답고 윤택하게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일반인들이 주방에서 저희 제품을 통해 예술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바탕이 되어 한국도자기리빙이 탄생했습니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식탁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검은 뚝배기에 예쁜 뚜껑을 얹고 ‘수와 저’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숟가락, 젓가락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리빙한국 브랜드가 10주년 되던 해에는 리한(LIHAN)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브랜딩은 하나의 인격이고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빙한국이라는 듬직하고 올곧은 아이를 오랫동안 길러왔다면 이번에는 리한이라는 재미있고 톡톡 튀는 아이를 하나 낳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수분을 잘 살려야 찜기다.’, ‘가벼워야 냄비다.’, ‘세워져야 주걱이다.’, ‘청결해야 도마다.’ 등 리한생활백서를 만들어 주방용품에 대한 편견을 깬 리한은 각종 박람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언론과 소비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리한생활백서 시리즈를 통해 한국도자기리빙은 ‘잘 세워지는 오뚝이 주걱’, 수분을 잘 살리는 ‘타진 찜기’, 교차 오염을 막는 ‘양면 도마’ 등 생활의 불편을 줄여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4년 5월에는 그 품질을 인정받아 멀티타진 찜기 500세트를 청와대에 납품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리한생활백서는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11번째 리한생활백서인 ‘식용 성분으로 만들어야 세정제다’를 통해 천연 성분 세정제를 출시하며 ‘한국도자기리빙이 취급하는 제품의 범주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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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는 아름다운 무늬언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프라우나와 리빙한국, 리한 등 다양한 성취를 이룩해온 김영목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오플로(GEOFLO)라는 새로운 개념의 패턴을 발표하며 브랜드 콘셉트에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지오플로는 패턴을 통해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무늬언어(Pattern Language)의 일종으로, 한국도자기리빙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브랜딩하고 고객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 지오플로를 구상한 계기도 김영목 대표의 머릿속을 맴돌던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제품을 사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서죠. 하지만 과연 제품이 점점 좋아지는 만큼 우리의 삶이 좋아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제품을 사는 것과 삶을 사는 것을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영목 대표는 제품을 사는 것(Buying)과 삶을 사는 것(Living)을 연결하기 위해 세상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무늬 언어를 구상했다. 우선 영어 알파벳 26개를 점자 알파벳으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A부터 Z에 해당하는 26개의 디자인 패턴을 개발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김영목 대표와 디자인팀은 오랜 연구를 통해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지오플로가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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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지오플로의 무한 가능성
지오플로는 한국어나 영어, 중국어 등 기존의 문자 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26개의 각기 다른 패턴은 자유롭게 어우러져 사랑(Love)와 희망(Hope), 아름다움(Beauty), 인생(Life) 등 삶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나타낸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 아름다운 무늬가 언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겠죠. 하지만 지오플로가 많이 알려지고 언어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는 우리 제품의 패턴을 보고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오플로의 무늬 언어와 연계되는 알파벳을 모두 암기한다면 지오플로 제품을 보고 어떤 뜻인지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Code-Decode가 가능한 패턴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선물 받은 머그컵의 패턴이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거나 숟가락에 새겨진 무늬에서 ‘건강’의 의미를 읽어냈을 때,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애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오플로로 자신만의 메시지가 담긴 패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다.
한국도자기리빙의 새로운 도전은 미래 사업 영역에서도 풍요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지오플로는 식기와 조리 기구 등 주방용품뿐 아니라 연필이나 공책 같은 필기구, 타월과 쿠션 등의 패브릭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26개의 무늬 언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은 한계가 없고, 같은 메시지라도 시즌별로 다양한 색감과 조합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B2B 영역에서도 지오플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념품에 기업명을 알파벳으로 새기거나 로고를 집어넣는 투박한 방식 대신 기업명을 패턴화한 고유의 디자인을 입혀 세련된 방법으로 홍보할 수 있다. 차후에는 지오플로를 해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시각 장애인 단체와 연계해 점자 버전 제품 또한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그 한계를 짐작하기 어려워 보인다.

 

 

Dream, Think, Believe, Speak
김영목 대표는 한국도자기리빙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기까지는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큰 몫을 했다고 믿는다.
“Dream, Think, Believe, Speak. 꿈을 이루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꿈은 꾸는 대로, 생각한 대로, 믿는 대로, 그리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김영목 대표는 가장 먼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항상 꿈에 대해서 생각하며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꿈에 대해서 공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꿈에 대해 주변에 끊임없이 말하고 다녀야 합니다. 프라우나를 구상할 때에도 저는 세계의 명품 백화점에 입점시키겠다는 꿈을 말하고 다녔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죠. 결국은 말하는 대로 제 꿈이 이뤄졌습니다.”
신촌성결교회 장로인 그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심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누차 강조했다. 함께 해온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는 하나님이고 저는 신앙과 기도로 영감을 얻고 있을 뿐입니다. 항상 소통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비전을 함께하는 직원들 또한 저의 행운입니다.”
김영목 대표와 함께 숙명여자대학교 멘토링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BT&I 송경애 대표는 김영목 대표에 대해 ‘항상 밝은 곳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전파하는 CEO’라고 평가한다.
“김영목 대표님이 함께 하는 모든 모임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리더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항상 베푸는 것을 좋아하죠. 유머러스함과 배려심은 김 대표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장점입니다.”
현재 한국도자기그룹은 김영목 대표를 비롯한 삼 남매가 의기투합하며 경영하고 있다.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한국도자기 김영신 대표, 차남인 한국도자기리빙 김영목 대표, 막내인 한국도자기특판 김영은 대표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삼 남매의 특별한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만들어나갈 한국도자기의 특별한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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